"아빠, '삼성카드' 좀 주세요."
"왜"
큰아들은 자기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공차'에서 삼성카드로 결재하면 '1+1' 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큰아들은 동생과 오후 1시에 '공차'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뭔가 이상한지 아들은 공차 캠페인 내용을 자세히 본다.
"어, 3시부터 하는거네."
"1시가 아니었어. 동생과 3시에 만나자고 해"
"저는 3시에 학원가야 되요."
"몇 시에 끝나는 데"
"5시요"
"그럼 그 때 만나자고 해."
작은아들은 아침에 학원에 갔다.
학원이 끝나면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
큰아들은 동생이 학원에서 끝나는 시간 쯤에 만나서 '1+1'을 즐기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을 잘 못 본 것이다.
"카드 여기 둘께. 아빠는 다른 카드 쓰면 된다."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왔다.
동생과 맛있게 먹겠지.
오후 3시.
같은 동네에 사는 옛 사무실 동료를 만났다.
카페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4시 50분을 훌쩍 넘겼다.
동료는 집으로 가고 나는 그 카페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할 일이 좀 있다.
4시 58분.
큰아들 생각이 났다.
5시면 학원이 끝나고 동생과 공차에서 만나기로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빠, 파스쿠치에 있다'
큰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곳은 아들이 다니는 학원과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잠시와서 얼굴이나 비추고 가라는 뜻에서 보낸 것이다.
조금 후, 큰아들과 작은 아들이 카페 문을 밀고 들어왔다.
큰아들은 가방을 메고 있었고, 작은 아들은 빈 몸으로 왔다.
큰아들은 학원에서 바로 온 거고, 작은 아들은 독서실에서 온 것이다.
이렇게 아들을 보니 반가웠다.
조금 앉았다 갔으면 했다. 앞에 놓여진 커피와 스콘을 가리키며 먹고 가라고 했다.
둘 다 괜찮다고 했다.
얼굴만 비추고는 바로 나갔다. 독서실에 공부하러 가야 한다고.
'공차'는 내가 있는 파스쿠치와 가깝다.
조금 후, 작은아들이 삼성카드와 공차 영수증을 들고 왔다.
"아빠, 여기"
"응, 그거 맛있어?"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요."
"형은?"
"독서실이요."
"그렇구나. 바로 갔구나"
"저도 갈게요"
"그래"
문을 밀고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어느덧 아들은 다른 사람들 속에 묻혀버렸다.
이제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뒷모습을 찾던 나의 눈도 읽던 책으로 돌아왔다.
잠시지만 아들이 와 주고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은 같은 독서실에 있다.
다른 곳보다 가격도 좋았고 학습 분위기도 좋기 때문이다.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나의 품에서 이제 조금씩 그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옛 사람의 말이 맞다.
자식은 이제 그들만의 소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조금씩 부모를 밀어내며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들이 꼿꼿이 설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의무이고 즐거움이라고 본다.
나의 부모님도 그렇게 해 주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훈훈한 봄이 겨울 바람을 많이 밀어냈다.
내 마음도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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