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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서 」 __ 김 택 우 __
문서, 종이의 묶음.
종이에는 글자들이 모여있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공간
그 공간 사이에 내가 들어간다.
내 손은 단어들의 배치를 휘젖는다.
이건 아니야.
어느 덧 내 손은 머리속을 헤집는다.
고민과 고뇌의 중간
그 속에 나의 삶이 놓여진다.
모아야 한다
불러들여야 한다.
생각의 단초를 잡자
뼈대를 만들자
살을 붙이자
이제 꾸미자.
되었다.
이제 생각은 새로운 글로 바뀌었다.
부장님 책상 위에 올려 둔 문서를 보며
일을 끝낸 후 찾아드는 작은승리의 기쁨이 만들어 진다.
옥상에서의 담배 한 모금.
하루를 만든 시간은 공허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인가 보다
<이야기가 있는 시창작 수업>에 소개된 시
# 2부, 4주차 : 일터 이야기 #
「 농 무 」 __ 신 경 림 __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 전들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담담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 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 구사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 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신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었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짖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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