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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벌어지는 일들/글쓰기

느림의 미학

by 데이터스토리 201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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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는 덧 아이들이 자랐다.
고1, 중3.
내 머리에는 아직도 아이들이 초3,초4 인 것 같다.
캠핑을 가고 싶고, 공을 차고, 목욕탕에 데려가고 싶다.
여행을 다니고, 밤하늘을 보며 별을 얘기하고 싶다.
고구마늘 구워먹으며, 나의 어린 시절을 들려 주고 싶다.
그러고 싶다.

이제 아이들은 입사의 입구에 서 있다.
아침부터 잘 때까지, 빡빡한 일정에 놓여 있다.
새벽2시 아이들이 자는 시간이다.
그 때까지, 애들은 방에서 나와 아내는 거실에서 책을 본다.
가끔 아이들 방에 과일이나, 과자를 준다.
아이들이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온다. 묻는다.
"잘되가?"
어른의 질문이 너무 짧다.

나의 시대는 산업화의 절정이었다.
그 절정의 시기는 좀 오래갔다.
항상 바쁘고, 열정적이고 목적지향적이었다.
윗사람이 시키면 그것을 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세상이 안 좋다고 하면 그런줄 알았다. 다 그런줄 알았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시작해서는 끝날때까지 했다. 
시작시간은 정해졌으나, 끝 시간은 없다.
우리는 산업화의 부속품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그랬다.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우리들은 그랬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지금까지 처럼 지나가는 얘기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또다른 주장으로 들었다.
그렇게 들었고, 이해했다.
우리는 착한 학생이었으니까!

근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착한 것이 아니라 멍청한 것이었다.
멍청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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