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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생각

물건, 가방 과 옷 그리고 추억 담기

by 데이터스토리 2017.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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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가방 과 옷

어깨에 거는 작은 가방이 2개 있다. 브랜드는 같고 모양은 비슷하다. 크기만 조금 다를 뿐 느낌도 같다. 작은 것은 아이들이 사용하고 큰 것은 내가 사용한다. 
난 아이들이 작은 가방을 사용한 것을 본 적은 없다. 아내가 그렇게 얘기해 주어서, 그런줄 안다. 아이들이 그 가방을 메고 있는 것을 보고 싶다. 많이 커서 이제는 나와 키가 비슷하다. 그들이 그 가방을 메고 나가는 것을 보면 많이 뿌듯할 것 같다.

가끔 아이들에게 내가 입던 옷을 건넨다. 그들이 입으면 좋아 보일 것 같아서다. 아내의 의견은 다르다. 그 옷은 아이들의 취향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내가 건넨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 
왠지 보고 싶은 것이다.
큰애가 입었던 옷을 작은애가 입고 있었다. 학교갈 때도, 학원갈 때도 입고 나갔다.
작은 애가 즐겨입는 것이었다. 
그 옷을 입은 작은 애에게서 큰 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좋다.

지난 일요일에 아내와 같이 코스트코에 같다. 평소에는 음식을 주로 산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이다 보니 먹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2주에 한번씩은 이 곳에 와야 하는 이유다. 
오늘은 아내가 옷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후드쟈킷이 놓여져 있다.
"어, 갑자기 옷은. 누구꺼 살껀데?"
"작은 애 꺼 살려고."
"옷 있잖아. 잘 입고 다니던데."
"그거, 큰 애 껀데. 이제는 낡아서 소매가 헤어져서 꿰메 입고 다니고 있는 거야. 그 옷 산게 언젠데. 벌써 6년은 됐어."
그러고 보니, 작은애가 입고 다니는 옷은 큰애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산 것이었다. 
내가 미국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한달 정도 가족이 왔다. 주말을 이용해서 같이 아울렛에 가서 산 옷이었던 거다. 
아내는 낡은 옷이나마 잘 입고 다니는 작은 아들을 위해서 옷을 고르고 있었던 거다. 
작은애의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다. 무심한 것인가? 

집에 가서 작은애에게 새로 산 옷을 보여 주고 입어보라고 했다. 
팔은 조금 길지만 잘 맞는다. 
다음날 작은 아들은 그 옷을 찾았다. 그 옷을 쭉 입고 다닐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신경이 무딘 것이다. 
형에게 물려받은 그 옷을 잘 입고 다니길래 '입고 다니는 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작은아이는 단지 자기 방에 그 옷이 있길래 입고 다녔던 거였다. 
그러고 보니 작은애에게는 그런 물려 받은 옷이 많다. 
연연생이다 보니 그렇게 받아서 입는 버릇이 된 것이다. 
옷에 대해서는 새것을 사 달라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 애는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무심한 아빠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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