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
업무를 마치고 숙소로 올라갔다. 숙소는 19층 건물의 바로 아래층인 18층 오피스텔이다.
문을 열자 '휘~이~잉' 하는 칼바람 소리가 나를 맞이 했다.
창문은 닫혀 있지만, 그 틈새를 비집고 바람이 괴성을 내보낸 것이다.
창문을 열었다. 황소바람이다. 18층 높이의 바람은 방안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릴듯 치고 들어왔다.
바람은 쎗지만 시원했다.
샤워를 하고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방안을 가들 채웠다.
시간은 12시를 달리고 있었다.
이불을 펴고 창문을 닫았다. 창문 틈새로 '휘~이~잉' 하는 칼바람 소리가 다시 들렸다.
어느덧 잠이 들었다.
'응, 뭐지.' 몸이 흔들렸다.
나는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런데 몸이 흔들렸다.
이불을 나와서 가구를 봤다.
부엌 찬장은 덜그럭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2분쯤 지나자 조용해 졌다.
창문을 열었다.
7시20분 밖은 밝아지고 있었다.
18층에서 내려다 보는 아래는 차들이 산업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국도로 진입하는 우회전길에서 차들은 물길을 날리며 달렸다.
다시 흔들렸다.
앉아 있는 자리에서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시리얼에 부어진 우유는 조금의 미동만 하며 안정적인 떨림만 보였다.
이제 무섭지 않았다.
이 건물이 강풍에 적응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흔들림이 그걸 말해 주는 것이다.
태풍 '치바'는 그렇게 평일 아침에 공포를 던져주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점심시간.
꽤청한 하늘을 보며 식사하러 갈 수 있었다.
그동안 흐리게 보였던 산이 굉장히 선명하게 보였다.
군데 군데, 태풍의 흔적이 있었다.
가로등 몇개가 떨어졌고, 자전거 거치대 지붕이 없어졌고, 감나무에는 감이 몇개 밖에 없었다.
다행이 태풍 '치바'는 이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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