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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의 <이야기 속 데이타>]_♠ 02. 바다속을 적은 기록, 정약전의 '현산어보(玆山魚譜)'
** '현산어보'는 과거 '자산어보' 라고 불리어졌음 (지금은 여전히 그 기록과 배움이 있던관계로 두 용어가 같이 사용 중)
▲ 현산어보 (좌), 표해시말(우) ⓒ 문화재청
"이것이 무었이냐?" 왠 선비가 편한 복장으로 서 있다.
"말미잘이라고 합니다요" 어부가 퉁명 스럽게 말했다. 조선 후반 영조는 흑산도로 유배를 많이 보냈다.
"그래 이것은 뭐냐?"선비가 또 다시 물었다.
"음...그것은 불가사리입니다요" 좀 전 그 업부가 대답해 주었다.
"그거 한마리 줘 봐라." 이번에는 선비가 물고기를 달란다.
"이건 우럭인뎁쇼, 뭐하시게요" 어부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다 쓸데가 있어서 그런다. 이리 줘바라." 선비는 재차 독촉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여기있습니다요. 근데 지나번에 가지고 간 홍어는 잘 드셨는갑요?" 어부는 선비를 기억하고는 어제 준 물고기에 대해서 물었다.
"아니다. 안 먹었다." 선비는 퉁명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믄, 왜 가져가셨셉슈?" 어부는 이상했다. 먹지도 않을 생선을 가져 가다니...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볼려고 가져갔다." 선비는 고개를 조금씩 돌리며 손으로 생선 돌려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근데, 선비님은 누구시래유, 매일 여기서 보이게요" 어부의 의아했다. 어제도 오고 오늘도 와 있으니 말이다.
"나, 나는 정약전이다. 6개월 전에 여기 흑산도에 유배왔지." 어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약전.
그는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현산어보>를 편찬하게 된다.
흑산도 주변의 바다생물과 식물 그리고 벌레에 이르기 까지 총 3권을 만든것이다.
유배지인 그 섬 주변 생물에 대한 기록은 현재의 분류 및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우수한 수준의 책이다.
정약전은 주변 주민의 말을 듯고 채차 확인하면 기록했다. 특히 장덕순의 말을 제일 믿었다. 둘은 같이 지내며 역할분담을 했다.
"여봐라, 장덕순. 자네는 물속에서 물고기를 관찰해서 알려 주게, 나는 여기 이것을 가자고 물을 보겠네."
바닷가로 매일 내려온 정약전은 장덕순과 함께, 세밀한 조사와 관찰 그리고 주변인의 말을 들었다.
이런 다양한 관찰과 조사 실험의 결과이 담긴 책이다.
현산어보에는 아래와 같이 수의 표현 보다는 글로 표현되어 있다.
「 큰 놈은 넓이가 예닐곱자 안팎으로 암놈은 크고 수놈은 작다.
모양은 연잎과 같고, 빛은 검붉고, 코는 머리 부분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기부는 크고 끝이 뾰족하다.
입은 코밑에 있고, 머리와 배 사이에 일자형(一字形)의 입이 있다.
등 뒤에 코가 있으며 코 뒤에 눈이 있다. 」
요즘 같은 시절이면 위의 내용을 보고서 간단히 한 줄 적고 엑셀이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게 될 것이다.
위 문장을 옮겨보자
"조사날짜/ 어종/ 무게/ 부위/ 특징 / 산란일"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27일 / 홍어/ 3.25Kg / 부레 / 아가미 한개 / 3월 15일"
이렇게 데이터를 정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환경에서 정약전선생이 없었다면 그런 기록은
없었을 것이다. 이 분의 관찰과 애착 그리고 애민이 이런 기록을 후손에게 남겨준 것이다.
<일화 한토막>
현산어보는 원본이 없다. 필사본만 있다.
정약전이 죽고 그가 적은 자산어보가 어느 선산지기 노인의 손에 갔다.
그 노인은 그 책을 발견하고 결혼한 아들 방의 벽지로 이용한 것이다.
아들 방의 벽을 바르고 책이 남아 이방 저방 다 바르고 여러 겹을 바르기까지 하였다.
기가 막힌 정약용은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결국 형님 및 조카들과 꼬박 닷새에 걸쳐
방안 구석구석을 베껴 가며 정약전의 저서를 다시 책으로 묶어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현산어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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