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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인문학/칼럼:이야기 속 데이터

[김택우의 <이야기 속 데이타>]_#08. 등불을 든 여인 ‘나이팅게일’, 매일 매일 기록한 데이터가 병사를 살리다

by 데이터스토리 2016.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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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등불을 든 여인 ‘나이팅게일’, 매일 매일 기록한 데이터가 병사를 살리다


“아니, 그게 말이 되나요? 병사는 전쟁터에서 죽지, 병원에서 죽지 않습니다.” 사령관은 간호부장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사령관님. 제 말을 받아 들이시기 힘들 것입니다. 그 동안 조사한 데이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것을 한번 봐 주십시오.” 간호부장은 서류를 펼치고는 그래프가 있는 부분을 가리켰다. 사령관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료를 보았다.
“최근 영국군 병사는 3000~4000병이 죽었습니다. 그 병사가 저희 병원에 올 때는 머리가 깨지거나, 팔다리가 잘려 나간 외과환자였습니다. 그들을 입원 시키고 나면 다친 부위는 조금씩 낳았지만, 다른 곳에 병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병이 낳았는데, 다시 병이 걸렸다는 것이요” 사령관은 믿기지 않았다.
“예. 저는 매일 병원에 들어오는 환자와 죽는 환자에 대해서 기록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상풍, 이질 등 전염성 병균에 의한 사망이었습니다. 원인도 다양하고 사망자 숫자도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 온 것을 보면 정확한 상황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원 그래프모양으로 데이터를 정리하였습니다.” 간호부장은 지휘관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자료를 당겨 주었다.
“여기, 이 그래프가 그것입니다. 파란부분은 병원에서 죽은 병사의 수를, 빨간 부분은 전쟁에서 사망하는 병사, 노란 부분은 기타 사유로 사망하는 병사입니다. 대략 보셔도 병원에서 죽은 병사가 30배는 많습니다.” 사령관은 더욱 자세히 보려고 자료를 더욱 당겼다.
“음. 믿을 수가 없군. 그렇게나 많이 죽었단 말이요. 그리고 원에 그어 놓은 선은 무엇이요?”
“예. 원에 그어진 선은 1년 12달을 나타냅니다. 월별로 조사한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병사들 중에는 중상도 아닌데, 병원에서 전염이 되어 죽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소?”
“병실마다 너무 많은 환자로 넘쳐 납니다. 전염병은 환경만 개선해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병실을 늘려야 합니다. 환기가 잘 되게 하고 공기도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전염병 관련 약품도 모자라고, 관련 물품도 바닥을 들어내고 있습니다.”
“알았네. 부관, 여기 간호부장이 얘기하는 것을 당장 해 주게. 음. 간호부장 여기 이 그래프를 뭐라고 부르지, 참, 자네 이름이 뭔가?”
“저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입니다. 자료에 있는 그래프는 로즈 다이오그램(Rose Diagram)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사령관님, 조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병사들이 제일 기뻐할 것입니다.” 간호부장은 사령관에게 인사를 하고 집무실을 나왔다. 병원에서는 청소가 시작되었나 보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Florence Nightingale)은 병원 개선활동 및 매일 등불을 들고 환자를 돌본 결과, 사망률 42%이던 수치는 이듬해 2%로 획기적으로 줄어 들었다. 이런 나이팅게일의 연구는 영국 공공기관 및 위생기관에 영향을 주어 왕실로부터 최고 훈장을 받았다.

1854년 영국, 프랑스 연합군과 러시아간의 크림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의 참상이 실린 보고서는 영국 국민을 경악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자극 받은 나이팅게일은 38명의 간호사와 이끌고 전쟁터인 터기 스쿠다리에 있는 야전병원에 갔다. 연일 쏟아져 들어오는 부상병과 끊임 없이 죽어나가는 병사들을 보며, 나이팅게일은 죽음의 원인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그녀는 입원하는 부상병의 수와 증상 그리고 죽은 병사의 사인과 치료 내역, 그리고 환자를 여러 군으로 나누어 증상을 매일 매일 기록해 나갔다. 대부분의 원인은 병원균으로 전염에 의한 것이었다. 방법은 병실을 늘리고, 환경을 개선하는 것. 그녀의 관료적인 성격의 윗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매일매일 정리한 데이터를 어떻게 보여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원그래프를 응용한 로즈다이어그램이었다. 다이어그램을 12개로 나누어 조각마다 매월의 사망자 수를 원인 별로 나누어 표시했다. 전쟁으로 죽은 인원, 병원에서 사망한 인원 그리고 기타로 3가지로 분류하여 표시해 두었다. 그렇게 해 두니 전쟁터 보다 병원에서 사망한 인원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이런 업적으로 인해 나이팅게일은 여성 최초로 영국통계학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오늘날의 환자 기록의 기초가 되었다. 크림전쟁에서 매일매일 기록한 내용은 <간호일기>란 이름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매일 매일의 관찰과 기록 그리고 환자의 증상과 사망원인에 대한 기록을 통해 누적된 데이터는 통계자료의 기초가 된 것이다. 병원에서 행해지는 입원환자에 대한 매일 매일의 기록, 이 데이터가 환자 자신을 살리고, 나아가서는 비슷한 증세의 환자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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