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변의 벌어지는 일들/글쓰기

가족에 대한 모든 것

by 데이터스토리 2016. 9. 18.
반응형
주제 : 가족에 대한 모든 것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는 쌍둥이 태어나셨지만 한 분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지금 말하고자 하는 할머니는 106세에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자식을 8명 낳으셨고, 그 중 반이 일찍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그 얘기를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에게 물어봤을 때 그런 말씀을 해 주셨다.

아마 할머니는 그 자식을 마음에 묻어 두셨을 것이다.

어느날 거제도에 계시는 막내고모집에 들린 적이 있다.
원래 할머니 고향이 거제다. 자식 중 막내고모만 아직 거제도에 사신다. 다른분은 뿔뿔히 흩어져 계신다.
막내고모는 할머니에 대한 애착과 응석이 아직도 있으셨다. 나이 70에.
할머니가 잃으신 자식 중에 화장실에 빠져 죽은 애가 있다고 하셨다.
그 애는 의식이 조금 떨어지는 저능아였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일 하실때, 그 애 혼자 화장실에 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빠진 것이다. 소리치는 소리에 달려와 아이를 건져 올렸다.
마당 우물가에서 물을 마구부어 독기를 빼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던 것이다.

할머니의 큰아들은 일본에 계셨다. 재일교포인 것이다.
왜정시대가 마감되는 시기에 큰아버지는 일본사람을 따라 일본에 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터를 잡을셔서 결혼을 하셨다.
애가 생기지 않아서 결국 입양을 하셨다. 2살짜리 였다.
내가 어릴 때, 큰아버지는 한국에 오셔서 진귀한 일본 물건을 꺼내 놓으시며 자랑을 하셨다.
그 때, 입양한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귀가 컸다. 큰아버지는 귀가 큰 아들을 가리키며 자신을 닮았다고 좋아하셨다.

그렇게 몇번 한국을 방문하시더니, 어는 순간 발길을 더 하지 않으셨다.
소식도 없으셨다. 가끔 아버지가 전화를 하신 것으로 알 뿐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몇달을 방에만 누워계셨다.
노환으로 몸을 움직이기 힘드시기도 했지만, 어디가 아프신지 신음소리가 가끔 들려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한달전 나는 영국출장 중이었다.
할머니는 본인이 얼마 남지 않으신걸 아셨는지, 큰아들을 찾으셨다.
아버지는 일본에 전화를 하셨다.
하지만 통화가 되지 않으셨다. 연락이 닿을 방법이 없었다.
당시 
큰아버지 나이가 80살이 넘으셨다.
사실 생존을 알 수 없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눈을 감으셨다.

나의 어머니는 미장원을 지금도 하신다. 나의 나이보다 경력이 많으시다.
50년이 넘었다.
장사를 하시다 보니, 나를 키우신 것은 할머니셨다.
어머니처럼 거칠거니 강하지는 않으셨지만, 부드럽게 나를 키우셨다.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반응형

'주변의 벌어지는 일들 >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터는 우리 삶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요??"  (0) 2016.09.19
장점  (0) 2016.09.18
질매 (몹시 꾸짖어 나무람)  (0) 2016.09.18
사랑  (0) 2016.09.18
느림의 미학  (0) 2016.09.16